Monthly Archives: June 2019

아버지 하나님

아버지 하나님

“은퇴는 언제하실꺼에요?”

이미 스스로 은퇴하시고 이 지역에 오셨다고 말씀하신 분에게 일부러 직접 물어봤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잘 하고 계시는 분이었다. 답하시기 전에 조금 주저하셨다.

“은퇴는 안해요.”

또렷하게 답하신 것이 아닌 것을 보면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 해서 대화를 하다보니 금세 자신의 아들의 대한 언급이 나왔다. 그의 아들은 특별한 예술가로 미국 어느 대도시에서 일하고 있으며 저명한 잡지와 회사들을 고객으로 두고 일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나의 귀를 의심할 정도로 놀라게 한 것은 아들을 돕기 위해서 수 만불이나 되는 장비를 사주고 계신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수 년째 아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에겐 마치 환상적인 소설의 단면을 듣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의 부모 세대정도 되시는 분이었고 그의 아들은 나와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친구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도와 주시면 혼자 지속하지 못하잖아요. 선생님이 안계셨으면 그런 수준의 사업도 불가능하고요.”

좀 당돌하고 무례하게 들렸겠지만 나는 내 스스로가 아버지로서 아이를 대하는 마음과 방법이 어떠해야 한다는 나름 철학이 있다고 생각되서 어떤 생각을 하시고 계신지가 궁금했고 심지어는 무슨 부당한 일을 하시고 계시것 같다는 마음까지 들어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했다.

“그런 일을 할려면 매우 비싼 장비가 필요하고 혼자 스스로 설려면 시간이 걸려서 내가 그 때까지 돕고 있는거에요.”

나의 머리속에서는, “그래도, 혼자 고생하면서 스스로 독립해야지, 그렇게 부모에게 큰 도움받아가면서 어떻게 혼자 계속 그런 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고 반문하고 있었다. 그러나, 엄연히 나와 다른 삶인고로 그것에 대한 존중은 잊지않았다.

“아, 예… 저는 어릴때부터 혼자 bootstrapping (독력/獨力)하는 식으로 살아와서 그런 관점에서는 미처 생각을 못해봤습니다. 다른 환경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군요.”

영어로 했으면 더 자연스럽게 들렸겠지만 한인들끼리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자연스러운지는 몰라서 일단은 직역으로 표현하여 답하였다.

육신의 아버지의 도움이란 것이 생소한 나에게는 밀려올 수 있는 자기 연민 같은 것 까지 무시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20여년 전에 작았지만 시카고에서 몇년 동안했던 자사업을 처분하고 가족 모르게 표류된 배같은 마음으로 늦은 밤까지 같은 길을 계속 운전하다가 결국 섬기고 있던 교회 예배당 십자가 앞에서 무릅을 꿇게 되었다. 처절한 마음에서 솓아나오는 눈물은 어쩔 수 없이 터져나왔다.

“아버지!”

“아버지!”

얼마나 기도했는지 모르겠다… 마음의 쌓여있던 것들을 다 토해내고 마음이 조금 가라앉아 잠잠한 상태였다. 그리고 가까이 어딘가에서부터 잔잔히 속삭이며 들려오던 말.

“네가 나를 아버지라 하면서 왜 걱정하느냐?”

“나는 모든 것을 소유한단다. 이 우주만물이 나의 것인데 네가 무엇이 부족해서 근심하느냐?”

그 때 다시 눈물이 솓아져내리기 시작했다. 바로 감격의 눈물이었다. 앞 길이 보이지 않았던 갑갑함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하나님께서 나의 앞길을 온전히 책임주신다는 믿음이 나의 마음을 감싸버렸다.

“할렐루야~”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터져나오는 찬양도 계속 되고, 들어올때 가지고 왔던 절망은 이제 하늘을 치솟는 소망과 절대적인 믿음으로 바뀌어 교회 앞문을 나갔다. 그 다음 2주 동안은 마음이 너무나 편안했었다. 하나님께서 책임져 주시는데 무엇이 걱정이냐 하며 너무나도 평온하게 기쁨으로 하루 하루 지냈었고 일을 찾기보다는 하나님께서 어떻게 역사하실까하는 마음으로 2주를 기다리니 기적적으로 지역 방송국에서 나를 찾는 다며 전화가 와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몸소 채험하였는데 어떻게 육신의 아버지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자기 연민에 빠질 수 있겠는가? 육의 아버지가 부유해서 그리고 그 도움으로 내가 도움을 받았다면 이 교만에 빠지기 쉽고 죄로 너무나도 빨리 달려가는 이런 마음으로는 하나님께 예배드리며 찬양하는 삶보다는 나의 영광을 추구하며 살았을 것이 분명하다. 누구보다도 더 흠도 많고 손 볼때가 많은 사람이기에 더 겸손하고 더 깨져야 하기에 나에게는 보통 사람들의 어린 시절보다는 더 굴곡이 심한 시절을 허락 하신 것이고 고로 그것또한 하나님의 은혜인것이다.